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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명치 끝이 쓰린 이유

🇰🇷 약사언니2시간 전조회 194댓글 5
일요일 저녁 6시쯤 되면 뭔가 속이 싸해져. 배가 아픈 건 아닌데 명치 끝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 처음엔 저녁을 잘못 먹었나 싶었는데 매주 일요일마다 같은 증상이 반복되길래 이건 소화기 문제가 아니라 출근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 약사가 약국 가기 싫어서 체하는 거 말이 되냐고. 말이 돼. 나도 사람이야. 일요일 오후에 넷플릭스 틀어놓고 있으면 드라마 내용은 하나도 안 들어오고 머릿속에는 내일 아침 조제대 위에 쌓여 있을 처방전이 자동재생됨. 아 그리고 월요일 아침마다 오시는 그 할머니. 혈압약 봉투 뜯다가 약 하나 바닥에 떨어뜨렸다고 전화하시는 그 할머니. 사랑합니다 할머니. 근데 일요일 밤에는 좀 잊고 싶어. 밤 10시쯤 되면 본격적으로 이불 속에서 협상이 시작돼. 내일 갑자기 태풍이 오면 약국 안 열어도 되지 않을까. 4월에 태풍은 좀 무리인가. 그러면 갑자기 단수가 된다든지. 아니면 내가 가는 길에 도로가 함몰된다든지. 점점 시나리오가 재난영화급으로 커지는데 결론은 항상 똑같아. 알람은 6시 30분에 맞춰져 있고 나는 내일도 출근한다. 그러면서 잠은 안 오지. 핸드폰으로 "직장인 번아웃 테스트" 같은 거 검색해서 해보면 매번 '심각' 나오는데 솔직히 이거 월요일 전날에 하면 전 국민이 심각 나올 거 아니야. 그냥 일요일 밤 특화 테스트인 거지. 월요일 아침에 실제로 눈 뜨면 의외로 멀쩡해. 아 이게 또 함정이야. 몸은 이미 출근 모드로 전환돼서 자동으로 세수하고 자동으로 옷 입고 자동으로 버스 타. 약국 문 열고 들어가서 가운 입는 순간 어젯밤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내가 바보 같기도 하고. 근데 이 멀쩡한 느낌이 속임수라는 걸 난 알아. 왜냐면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지나서 금요일 퇴근하고 토요일 하루 쉬고 나면 또 일요일 저녁 6시에 정확히 같은 증상이 찾아오거든. 만성질환이야 이건. 완치는 없고 관리만 가능한 타입. 약국에서 일하면서 온갖 영양제 효능은 다 꿰고 있는데 월요병에 듣는 약은 진짜 없어. 비타민B가 피로 회복에 좋다고? 일요일 밤에 비타민B 열 알을 먹어도 월요일 아침 알람 소리 앞에서는 무력해. 환자분들이 "약사님은 건강하시겠다 약 많이 아니까" 그러시는데 아뇨. 저도 일요일 밤마다 죽어요. 약으로 못 고치는 병이 세상에 딱 하나 있는데 그게 월요병이야. 누가 이거 산재 처리 되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매주 일요일마다 정신적 손상이 발생하고 있잖아. 근데 뭐 어쩌겠어. 다음 주 일요일에도 나는 이불 속에서 태풍을 기다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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