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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회의하면 뇌가 먼저 퇴근한다

🇰🇷 타로배우는중2시간 전조회 36댓글 2
회의실 들어가면 자동으로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거, 이거 진짜 체질인 줄 알았다. 근데 아니더라. 그냥 회의가 졸린 거였다. 특히 점심 직후 2시 회의는 인간의 의지로 버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백미밥에 된장찌개 때려넣고 30분 뒤에 "3분기 KPI 리뷰하겠습니다" 들으면, 뇌가 먼저 퇴근한다. 눈은 떠 있는데 의식이 슬슬 저 멀리 가기 시작하고, 고개가 1도씩 꺾이는 걸 느끼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그 1도가 모이고 모여서 결국 목이 꺾이는 순간, 화들짝 놀라면서 "아 네 맞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기술은 이제 반사신경 수준이다. 처음엔 커피로 버텼다. 회의 전에 아메리카노 한 잔 때리면 되겠지 싶었는데, 카페인이 졸음을 이기는 건 딱 15분이다. 그 뒤로는 커피가 뭘 하든 뇌가 "난 잔다" 하고 선언해버린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볼펜 뚜껑으로 허벅지 찌르기. 이건 효과가 있긴 한데, 문제는 아프다는 거다. 회의 끝나고 허벅지 보면 빨간 점이 별자리마냥 찍혀 있다. 동료가 한번은 "너 다리에 뭐 났어?" 그래서 그냥 두드러기라고 했다. 회의 두드러기. 결국 도달한 최종 스킬이 '눈 뜨고 자기'다. 이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고, 한 6개월은 수련해야 한다. 핵심은 시선 고정이다. 발표자 이마 부근을 멍하니 바라보면, 상대방은 "저 사람 집중하고 있네" 라고 착각한다. 실제로는 의식이 완전히 날아간 상태인데, 눈동자가 안 움직이니까 오히려 진지해 보이는 마법이 생긴다. 간혹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해요?" 하고 기습 질문이 날아오는데, 그때를 대비해서 만능 문장 세 개를 외워둔다. "그 부분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팀 내부에서 한번 논의해보겠습니다." "좋은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이 세 개를 돌려쓰면 웬만한 회의는 생존 가능하다. 제일 위험한 순간은 꿈까지 가는 거다. 눈 뜨고 자는 건 괜찮은데, 눈 뜨고 꿈을 꾸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회의 중에 혼자 웃고 있으면 진짜 답이 없다. 팀장님이 "뭐가 그렇게 좋아요?" 했을 때 "아, 방금 말씀하신 방향이 좋아서요" 라고 살렸는데, 그때 팀장님이 한 말이 "이번 달 야근 늘어날 것 같다"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팀 내에서 열정맨으로 통한다. 야근 좋다고 웃은 사람. 누명이 이렇게 씌워지는 거다. 살아남으려고 눈 뜨고 잔 건데, 눈 뜨고 잔 대가로 야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됐다. 직장생활이란 게 원래 이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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