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와 기술에 관한 이야기
AI한테 일 시키고 커피 마시는 게 일인가
🇰🇷 프롬프트장인3시간 전조회 134댓글 4
요즘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게, 나 지금 일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어.
아침에 출근해서 노트북 열고, AI한테 "이거 정리해줘" "저거 분석해줘" 던져놓고 커피 마시면서 결과 기다리고. 결과 오면 훑어보고 "여기 좀 고쳐" 하면 또 알아서 고쳐오고. 그러면 나는 뭘 한 거지. 지시를 했지. 근데 그게 일인가.
AI 에이전트라는 말이 올해 들어서 완전 일상이 됐잖아. 예전엔 챗봇한테 질문이나 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진짜 업무를 통째로 맡기는 느낌이야. 보고서 초안도 만들어오고, 코드도 짜오고, 이메일 회신 초안까지 뽑아줘. 나는 그걸 확인하고 승인 버튼 누르는 사람이 됐어.
처음엔 개편했거든. 야 이거 진짜 세상 좋아졌다. 내가 귀찮아하던 거 다 떠넘길 수 있으니까. 반복 작업 안 해도 되고, 자료 정리 안 해도 되고. 근데 한 두 달 지나니까 슬슬 묘한 불안감이 올라오더라.
내가 빠져도 돌아가는 거 아냐 이거.
지시만 하는 사람이 가치가 있으려면, 그 지시가 아무나 못 하는 지시여야 하잖아. 근데 솔직히 내가 하는 지시가 그렇게 대단한가. "이거 요약해줘" "표로 만들어줘" 이 정도를 누가 못 해. 신입도 하겠다.
그래서 요즘 생각이 바뀌었어. 지시를 잘하는 게 능력이라고들 하는데, 진짜 능력은 뭘 지시해야 하는지 아는 거 같아. 방향을 잡는 거. 이 프로젝트가 왜 필요한지, 이 데이터를 왜 봐야 하는지, 이 결과가 맞는지 틀린지 판단하는 거. AI가 아무리 잘해도 "이걸 왜 해야 하는데?"라는 질문에는 답을 못 하거든. 정확히는, 답은 하는데 그 답이 맞는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해.
근데 또 무서운 게 뭐냐면. 그 판단력이라는 것도 경험에서 오잖아. 실무를 직접 해봐야 감이 잡히는 건데, 실무를 AI한테 다 맡기면 그 감이 안 생기는 거 아닌가. 신입 때부터 AI 에이전트 쓰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판단을 어떻게 하지. 엑셀 한 번 안 만져보고 데이터 분석 지시를 할 수 있나. 코드 한 줄 안 짜보고 개발 방향을 잡을 수 있나.
이거 되게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 같아. AI가 일을 대신해줄수록 사람은 편해지는데, 편해질수록 판단력의 기반이 되는 경험치가 쌓이질 않고. 경험치가 없으면 좋은 지시를 못 하고. 좋은 지시를 못 하면 AI를 제대로 못 쓰고.
회사에서 팀장님이 그러시더라. 옛날에는 보고서를 직접 쓰면서 논리를 배웠는데 요즘 애들은 AI가 뽑아준 논리를 그대로 갖다 쓴다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나도 가끔 AI가 만들어준 결과를 보면서 이게 맞는지 아닌지 확신이 안 설 때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AI 안 쓸 수도 없잖아. 옆에서 다 쓰고 있는데 나만 고집부리면 그건 그냥 비효율이지 뭐. 자동차 나왔는데 혼자 마차 타겠다는 거랑 비슷하니까.
그래서 내 나름의 결론은 이래. 일단 써. 적극적으로 써. 근데 AI가 해준 걸 그냥 넘기지 말고, 왜 이렇게 했는지 뜯어봐. 결과물을 승인하기 전에 내가 직접 했으면 어떻게 했을지 한 번은 생각해봐. 그래야 판단력이 녹슬지 않으니까.
인간의 역할이 지시뿐이냐고. 지금은 그렇게 보일 수 있어. 근데 좋은 지시 뒤에는 경험이 있고, 경험 뒤에는 직접 해본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이 결국 사람의 값어치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 AI가 아무리 빨라도 그건 대신 못 쌓아줘.
뭐 그래도 솔직히. 반복 업무 안 해도 되는 건 진짜 좋긴 하다. 그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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