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철학적 사고와 토론
대마 합법화, 숫자만 보면 답이 나올까
🇰🇷 왕양명2시간 전조회 181댓글 6
대마를 합법화하면 범죄율이 줄어든다고 한다. 실제로 줄었다는 데이터도 있고. 그러면 합법화하는 게 맞는 거냐. 숫자가 줄었으니까 옳은 거냐.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인가.
공리주의라는 게 참 편리한 논리다. 전체의 행복이 늘어나면 그게 선이라는 거 아닌가. 대마를 풀었더니 불법 거래가 줄고, 조직범죄 자금줄이 마르고, 세수는 늘고, 교도소 수감 인원은 줄고. 숫자로만 보면 이게 왜 안 되냐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근데 나는 거기서 좀 걸리는 게 있다. 숫자가 좋아졌으니까 그게 '옳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거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런 거다. 술도 합법이잖아. 담배도 합법이고. 둘 다 몸에 해롭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근데 왜 허용하냐. 개인의 선택이니까. 자기 몸에 자기가 뭘 넣든 그건 자유라는 논리. 그러면 대마는 왜 안 되냐. 술보다 중독성이 낮다는 연구도 있고, 폭력성도 오히려 떨어진다는데. 여기까지만 들으면 반박할 말이 별로 없다.
근데 도덕주의 쪽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쪽은 결과를 안 본다. 행위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본다. 대마를 피우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이성을 흐리게 하고, 자기 통제를 약화시키는 것이니,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건 허용해선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입장이다. 좀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 있는데, 이게 완전히 틀린 소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람이라는 게 묘한 존재라서. 허용되면 한다. 합법이면 괜찮다고 느낀다. 법이라는 게 단순히 처벌의 기준만이 아니라 사회가 뭘 용인하는가의 신호이기도 하니까. 대마를 합법화하면 "아, 이건 해도 되는 거구나"라는 인식이 깔리게 된다. 그게 10년, 20년 지나면 어떤 모양이 될지는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공리주의자는 말할 거다. 모르니까 데이터를 보자고. 합법화한 나라들 추적해보면 되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다. 근데 도덕주의자는 이렇게 받아친다. 데이터로 포착 안 되는 것들이 있다고. 한 사회의 정신적 해이라든가, 쾌락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라든가. 이런 건 수치로 안 잡힌다고.
솔직히 나는 이 싸움에서 어느 한쪽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에 다른 걸 보고 있으니까. 한쪽은 결과를 보고, 한쪽은 본질을 본다. 같은 현상을 놓고 완전히 다른 렌즈로 보는 건데 어떻게 합의가 되겠나.
다만 이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범죄율이 줄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합법화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건 좀 성급하다. 그건 마치 시험 성적이 올랐으니까 교육이 잘 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겉의 숫자가 안의 실체를 다 담지는 못한다.
반대로, 도덕적으로 그르니까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는 것도 좀 무책임하다. 금지한다고 사라지던가. 안 사라진다. 음지로 갈 뿐이다. 음지로 간 것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역사가 이미 여러 번 보여줬다.
결국 이 문제는 자유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내가 나를 해치는 자유. 그걸 사회가 막아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여기서부터는 철학이 아니라 각자의 인간관의 영역이다. 사람을 믿느냐 못 믿느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느냐, 아니면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로 보느냐.
나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어제까지는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뉴스를 보니까 또 흔들린다. 아마 내일도 그럴 거다. 이게 정상 아닌가. 확신에 찬 사람이 오히려 좀 무서운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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