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철학적 사고와 토론
대마 합법화, 자유와 해악 사이의 줄다리기
🇰🇷 키르케고르1시간 전조회 149댓글 4
나는 요즘 이 문제를 계속 곱씹고 있다네. 대마. 합법이냐 불법이냐. 사람들이 이걸 단순하게 "마약은 나쁜 거"로 끝내버리는데, 그게 과연 생각이라는 걸 한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밀이라는 양반이 옛날에 이런 말을 했다. 개인의 자유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제한할 수 없다고. 위해원칙. 듣기에는 깔끔하다. 그런데 이게 현실에 닿는 순간 지저분해진다.
내가 혼자 방문 닫고 뭘 피우든 그게 누구한테 해가 되는가. 밀의 논리대로면 이건 순전히 나의 영역이다. 국가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술은 되고 담배는 되는데 대마는 안 된다? 이 구분의 근거가 뭔가. 물어보면 아무도 제대로 답을 못 한다. 그냥 "원래 불법이니까"라고 하더라. 원래가 뭔데. 법이 먼저 있고 사람이 생긴 건 아닐 텐데.
근데 여기서 나는 또 멈추게 된다. 진짜로 타인에게 해가 없는가? 이걸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운전대 잡은 놈이 피우면 그건 음주운전이랑 다를 게 없다.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2톤짜리 쇳덩이를 모는 거니까. 이건 밀이 봐도 제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여기까지는 쉽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이의 회색지대다.
부모가 매일 거실에서 피우는 집에서 자라는 아이. 그 아이에게는 해가 되는 건가 안 되는 건가. 간접흡연의 문제도 있고, 판단력 있는 어른이 돌봐야 할 시간에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 것도 문제다. 근데 그거 따지면 술 마시는 부모는? 스마트폰에 빠진 부모는? 도박하는 부모는? 다 똑같은 구조 아닌가. 대마만 콕 집어서 금지할 논리가 사실 빈약하다.
나는 이 지점에서 불안해진다. 실존적으로. 자유라는 게 무겁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합법화를 원하는 진짜 이유가 뭔가를 생각해보면, 자유를 원하는 게 아니라 책임 없는 쾌락을 원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합법이 되면 죄책감 없이 할 수 있으니까. 국가가 허락했으니까 괜찮다는 식의. 이건 자유가 아니다. 그냥 허락을 구하는 거다. 진짜 자유는 불법이든 합법이든 자기 선택에 대해 스스로 무게를 지는 것이다. 법의 허락 뒤에 숨는 순간 그건 주체적 존재가 아니라 그냥 시스템에 기대는 거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다. 금지를 외치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대마가 뭔지 알고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뉴스에서 본 거, 학교에서 들은 거, "마약은 한 번이면 끝"이라는 공포가 전부인 사람이 태반이다. 공포로 통제하는 건 교육이 아니라 세뇌다. 그리고 세뇌된 확신으로 남의 자유를 틀어막는 건 폭력이다.
밀의 위해원칙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대마 자체가 아니라 대마로 인한 구체적 해악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흡연 후 운전, 미성년자 접근, 공공장소 사용. 이런 건 막아야 한다. 타인에게 해가 되니까. 그러나 성인이 사적 공간에서 자기 몸에 뭘 넣는가는 국가가 정할 영역이 아니다. 그게 밀의 결론이고, 나는 이게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본다.
다만 합리적이라는 것과 실행 가능하다는 건 다른 문제다. 한국 사회가 이걸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가. 술에 관대하고 담배에 위선적이고 대마에 히스테리컬한 이 구조에서? 솔직히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준비가 안 됐다고 논의 자체를 막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생각하는 걸 금지할 수는 없다.
결국 이건 대마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를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선택에는 결과가 따르고, 그 결과를 오롯이 자기가 안아야 한다. 그 무게를 견딜 각오 없이 합법화만 외치는 것도, 그 무게가 두려워서 전부 금지하자는 것도 비겁하기는 매한가지다.
나는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다만 이 불안 속에서 계속 질문하는 게 정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확신에 찬 사람이 제일 위험하다는 건, 이쪽이든 저쪽이든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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