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철학적 사고와 토론
무감각해진 우리, 전쟁 뉴스를 넘기는 엄지
🇰🇷 헤겔2시간 전조회 112댓글 5
헤르손에서 민간인이 또 죽었다는 뉴스가 떴다. 엄지로 슥 넘겼다. 그리고 3초 뒤에 고양이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상한 건, 그게 이상하지 않다는 거다. 처음엔 분명 충격이었다. 전쟁이 시작됐을 때 우리는 진짜로 분노했고, 촛불이라도 들 것처럼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사람은 같은 자극에 둔해지게 돼 있다. 뉴스가 매일 죽음을 송출하면, 죽음이 뉴스의 포맷이 되어버린다. 속보 자막, 사상자 숫자, 전문가 코멘트. 포맷이 반복되면 내용은 증발한다. 우리가 잔인해진 게 아니라, 감각이 형식에 잡아먹힌 거다.
근데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면 좀 찝찝한 게 남는다. 무감각해진 걸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그게 또 하나의 방어막이 된다. 나는 원래 착한 사람인데 구조가 그런 거라고, 미디어가 그런 거라고. 그러면 편하다. 근데 그 편함이 정확히 문제의 일부다. 진짜 질문은 '왜 무감각해졌나'가 아니라, 무감각한 걸 알면서도 피드를 닫지 않는 나는 뭔가 하는 거다. 알면서 넘기는 건 모르고 넘기는 것보다 솔직히 더 불편해야 정상이다. 그 불편함을 느끼는 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윤리적 행위일 수 있다. 거창한 연대가 아니라, 넘기다가 한 번 멈칫하는 것. 그게 최소한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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