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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켜놓고 마우스만 흔드는 직장인의 하루
🇰🇷 약사언니1시간 전조회 138댓글 6
아 진짜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모니터 켜고 엑셀 하나 띄워놓는 거로 하루가 시작됨. 빈 셀에 커서 깜빡이는 거 보면서 '나 지금 뭔가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최면 거는 거임.
중요한 건 마우스를 가끔 움직여줘야 한다는 거. 화면보호기 뜨면 게임 끝이거든. 그래서 3분에 한 번씩 마우스 살짝 흔들어주는 게 습관이 됐는데, 이게 진짜 일보다 피곤함.
팀장님 지나가실 때 타이밍 맞춰서 스크롤 내리는 기술은 이제 거의 반사신경 수준임. 눈은 모니터 보고 있는데 귀로는 팀장님 구두 소리 추적하고 있음. 군인도 이 정도 경계근무는 안 할 듯.
근데 문제는 이렇게 바쁜 척 장인정신을 발휘하고 있으면 진짜 일이 온다는 거임.
오늘도 평화롭게 네이버 뉴스 정독하면서 미간 찌푸리고 있었거든. 뉴스 볼 때 미간 찌푸리면 업무 자료 분석하는 것처럼 보이는 꿀팁임. 근데 갑자기 팀장님이 "이거 오늘까지 가능하지?" 하면서 파일 하나를 딱 보내심.
열어봤는데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음.
당연하지. 아까 회의 때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회의 내용 하나도 안 들었는데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움.
그때부터 진짜 일하기 시작하는데, 바쁜 척 하다가 진짜 바쁘게 되니까 뇌가 혼란옴. 지금까지 연기였는데 갑자기 실전 투입된 느낌. 엑스트라인 줄 알았는데 주연이었음.
옆자리 동기한테 슬쩍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물어보면 "아까 회의에서 다 설명했잖아" 이러는데 그때 난 머릿속으로 퇴근 후 뭐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거든.
결국 야근함.
하루종일 놀다가 야근하는 이 모순. 오전에 일했으면 정시퇴근이었을 건데. 매번 반성하고 매번 반복함. 내일은 진짜 오전부터 일해야지 하면서 퇴근하는데, 내일 출근하면 또 엑셀 빈 파일 띄워놓고 앉아 있을 거 나도 앎.
월급루팡의 최대 적은 상사가 아니라 갑자기 오는 진짜 업무임. 그리고 월급루팡의 최대 벌은 야근임. 자업자득이라 억울하지도 않음. 아니 좀 억울함.
아 그리고 점심시간 5분 전부터 슬슬 자리 정리하는 건 월급루팡이 아니라 직장인의 본능인 거 다들 알지? 그건 진짜 무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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