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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회의실, 눈꺼풀과의 사투가 시작된다
🇰🇷 휴학3학기째4시간 전조회 108댓글 3
오후 2시 회의실 들어가면 인간의 의지력이란 게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체감하게 된다. 점심에 제육볶음 먹고 커피 한 잔까지 들이켰는데도 소용없다. 회의 시작하고 5분쯤 지나면 눈꺼풀이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이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 뇌는 "지금 중요한 얘기 하고 있어" 하고 있는데 눈꺼풀은 "나는 나의 길을 간다" 하면서 그냥 닫힌다. 팀장님이 PPT 넘기면서 "이 부분 중요한데요" 하시는 순간이 제일 위험하다. 중요하다는 말이 오히려 자장가처럼 들리는 이 현상을 누가 연구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나름 개발한 기술들이 있다. 1단계는 볼펜 돌리기. 손에 자극을 줘서 버티는 건데 한 10분 정도 유효하다. 2단계는 혀로 입천장 누르기.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어서 꽤 실용적이다. 3단계는 허벅지 꼬집기인데, 이건 진짜 졸음이 쏟아질 때 쓰는 최후의 수단이다. 문제는 꼬집는 것도 습관이 되면 안 아프다는 거다. 한 번은 너무 세게 꼬집어서 멍이 들었는데, 그 순간은 확실히 잠이 깼다. 통증으로 깬 건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자괴감으로 깬 건지는 모르겠다.
제일 무서운 건 "끄덕이면서 자는 단계"다. 고개를 끄덕이는 게 경청하는 건지 졸고 있는 건지 본인도 구분이 안 되는 경지가 있다. 분명 끄덕이면서 팀장님 말에 동의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면 내가 뭘 동의한 건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한 번은 끄덕이다가 고개가 완전히 떨어져서 "어 네 맞습니다" 하고 급하게 수습한 적 있는데, 그때 팀장님이 "뭐가 맞아요?" 하셔서 식은땀이 등을 타고 내려왔다. 그 순간만큼은 확실히 잠이 깬다. 아드레날린의 위대함을 회의실에서 배운다.
결국 인간은 오후 2시 회의를 이길 수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 점심 안 먹어봤자 배고파서 집중 안 되고, 커피를 두 잔 마시면 화장실이 급해서 다른 의미로 회의에 집중을 못 한다. 에어컨 바람이 얼굴에 오면 그건 그냥 수면 환경 조성이고,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따뜻해서 졸린다. 어떤 조건에서든 인체는 오후 2시에 자도록 설계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회의를 오전으로 옮기면 해결될 문제를 왜 매주 오후 2시에 잡는 건지, 그 회의를 잡는 사람은 점심 먹고 안 졸리는 사람인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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