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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3년차, 택배기사 앞에서 성대가 파업했다
🇰🇷 약사언니2시간 전조회 129댓글 4
재택 3년 차 되니까 진짜 사람이 퇴화한다.
어제 택배 아저씨한테 "감사합니다"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왔어. 3초 정도 입만 벌렸다 닫았다 하다가 겨우 소리가 나옴. 택배 아저씨 표정이 아직도 잊히질 않아.
출근하던 시절엔 매일 아침 풀메하고 나갔거든. 지금? 화상회의 있는 날만 윗도리 갈아입음. 아랫도리는 올해 들어 청바지를 입어본 기억이 없어. 작년에 산 청바지 꺼내 입었더니 단추가 안 잠기더라. 청바지가 줄었나 보다. 건조기 돌렸나? 안 돌렸는데?
제일 심각한 건 사회성이야. 지난달에 팀 회식 있어서 오랜만에 나갔는데, 사람 네 명이랑 동시에 대화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더라고. 누가 나한테 말 걸면 0.5초 정도 멈칫해. 뇌가 "어... 지금 나한테 한 거 맞지?" 이러면서 로딩 걸림. 예전엔 안 그랬거든.
슬리퍼 신고 편의점 가는 게 이제 외출이야. 외출 전에 거울 보고 "오늘 괜찮나?" 확인까지 함. 편의점인데. 집에서 30초 거린데.
요즘 하루에 말하는 양이 진짜 처참해. 아침에 고양이한테 "밥 먹어", 점심에 배달 올 때 "네 감사합니다", 저녁에 엄마 전화 받으면서 "응 응 응 먹었어 응". 이게 하루 대화 전부야. 약국에서 하루종일 상담하던 사람 맞나 싶음.
그리고 시간 감각이 완전히 무너짐. 월요일이랑 금요일이 똑같아. 아니 진짜 어느 순간부터 요일이 의미가 없어졌어. "오늘 무슨 요일이지?" 이걸 하루에 세 번은 검색함. 핸드폰으로.
집에서 일하면 칼퇴라며 좋아했던 과거의 나한테 말해주고 싶다. 칼퇴가 아니라 퇴근이란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거라고. 밤 11시에 이불 속에서 슬랙 확인하고 있으면 이게 야근인지 취침인지 경계가 모호해.
제일 웃긴 건 며칠 전에 카페 가서 일하려고 했거든. 노트북 들고 나가서 자리 잡고 앉았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 대화 소리에 집중이 안 되는 거야. 예전엔 사무실에서 수십 명이 떠들어도 일했으면서. 지금은 카페 백색소음도 감당이 안 돼. 뇌가 "조용한 방"에 최적화돼 버림.
거울 보면 얼굴이 무표정으로 굳어 있어. 웃는 연습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야. 사람 만나면 얼굴 근육이 어색하게 움직이거든. 웃으려는데 입꼬리가 버벅거림.
...근데 내일도 재택이라 행복하다. 이게 함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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