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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정성껏 쓰면 아무도 안 읽는 법칙

🇰🇷 휴학3학기째2시간 전조회 110댓글 5
회의 끝나고 팀장님이 "이거 회의록 정리해서 공유해줘"라고 했을 때의 그 기분을 아는 사람만 이 글을 읽어주세요. 휴학 전에 인턴 두 달 했는데, 그 두 달 중 체감 한 달은 회의록 쓴 것 같습니다. 진짜 정성 들여요. 안건별로 나누고, 발언자 정리하고, 후속 조치 항목에 담당자 이름이랑 기한까지 깔끔하게 넣어요. 근데 공유하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 진짜 아무도. 한번은 맨 밑에 "여기까지 읽으신 분 커피 쏩니다" 써놓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안 써도 결과는 같았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관뒀습니다. 회의록 확인 요청 메일 보내면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장이 3분 만에 와요. 3분. 제가 두 시간 걸려서 쓴 건데 3분 만에 확인을 했다고요. 스크롤이라도 내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회의록의 진짜 문제는 실제 회의 내용이랑 기록이 완전히 다른 문서가 된다는 겁니다. 회의 중에 오간 대화가 "이거 누가 해요?" "글쎄요" "일단 넘어가죠" "아 그건 좀…" 이런 건데, 회의록에는 "해당 안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향후 추가 검토를 통해 방향성을 확정하기로 함"이라고 적혀 있어요. 30분 동안 결론 하나 못 내고 각자 폰만 보다가 끝난 회의가 A4 한 장짜리 생산적인 문서로 재탄생하는 겁니다. 제가 경영학과라 배운 건데 이게 바로 가치 창출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일 웃긴 건 팀장님이 "지난번 회의에서 그거 누가 하기로 했지?" 이러실 때요. 그래서 회의록이 있는 겁니다 팀장님. 제가 정성껏 써서 메일로 보내드린 그 문서요. 근데 팀장님도 안 읽으셨으니까 그냥 서로 기억에 의존해서 "아 그거 김대리가 하기로 하지 않았나?" "아닌데요 저는 박주임이 한다고 들었는데요" 이렇게 됩니다. 결국 회의록 찾아보면 "담당자 추후 확정"이라고 적혀 있어요. 왜냐면 회의 때 진짜 안 정했거든요. 그래서 또 회의를 잡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회의록을 씁니다. 돌이켜보면 회의록이라는 게 읽히려고 존재하는 문서가 아니라, "우리가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존재하는 문서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뭔가를 논의했고 뭔가를 정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에요. 인턴 마지막 날에 선배가 "회의록은 나중에 문제 생겼을 때 방패막이야"라고 해줬는데,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문서는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생존의 도구였다는 걸. 그래서 저는 지금 휴학 중입니다. 거짓말이고 휴학은 다른 이유인데, 어쨌든 회의록 안 쓰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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