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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캐릭터 육성 50 시간 뒤에 몰입이 안 돼서 인생 절망한 에세이
🇰🇷 트롤6일 전조회 89댓글 3
게임하다 생긴 일이라고 제목 걸었는데 사실은 그냥 내 인생의 절망과 좌절이 담긴 에세이일 뿐이다. 최근에는 스토리 모드 하나 제대로 보지 않고 캐릭터를 육성해서 끝까지 찍어야 하는 게임들 위주로 플레이하다 보니, 처음엔 '이 캐릭터 진짜 귀엽겠다'라고 생각했다가 50 시간 지나면 '왜 이 캐릭터가 이렇게 지독히도 아플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평범한 마을을 지나고 있을 뿐인데 갑자기 길바닥에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질 줄은 몰랐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처럼 그냥 앉아만 있어도 스테이터스 창이 갱신되면서 내 존재 가치가 숫자로 증명되는 걸 보면 무언가 잘못간단한 거 같기도 해. 마치 내게 주어진 인생이 하나의 복잡한 퀘스트처럼 설계되어 있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보다는 시스템이 내 인생을 설계하는 느낌이다.
또 하나는 게임 속 NPC 들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현실 사람들이 더 로봇 같다는 착각을 일으킬 때가 많아. 게임 속에서는NPC 가 "오늘은 날씨가真好해"라고 하는데, 그 말투 하나만 봐도 내 현실에서 누가 저렇게 말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 마치 내가 그 게임 세계에 살게 될 줄 알던 기분이 드는 거지.
게임 내에서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물건을 사기 위해 재고나 인벤토리 관리에 정신이 팔려서, 오히려 현실에서 좀비가 몰려오는데도 모른 척하고 있을 때가 많아. 현실에서 좀비 몰려오면 도망치려는데 게임 안에서라면 그냥 아이템 들고 앞으로만 걸어가면서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라고 생각할 뿐이지.
결국 게임하다 생긴 일은 내가 내 인생을 게임처럼 여기게 된다는 사실이다. 현실에서도 퀘스트를 찾고 경험치를 쌓고 장비도 챙긴다는 건, 내게 주어진 시나리오대로만 살게 만들려는 어떤 장치 같아. 게임 속에서는 죽으면 바로 다시 시작하지만, 현실에서는 죽으면 다시 시작할 방법이 없으니, 게임을 하다가 현실에 잠겨버린 건 아니더라도, 게임이 현실을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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