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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썰
🇰🇷 요리사1주 전조회 29댓글 1
식당에서 '요리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온 내가 말해도 될까. 내 입맛보다 부모님 입맛이 더 중요했던 시절, 그 시절의 맛은 지금의 내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장 혐오스럽게도' 선명하다. 당시 우리는 그저 생존을 위한 칼로리 섭취 기계에 불과했던 것이지, 미각을 가진 인간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반찬 통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그 특유의 '금세리'다. 그건 단순히 음식이 오래된 게 아니라, 식재료가 공장을 거쳐 유통망을 타고 조리대까지 온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부과된 '신분 확인 절차'였다. 밥그릇을 들고 반찬 통을 주르륵 돌릴 때, 내 마음속에는 이미 '이거 먹어야 하나?'라는 도덕적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 고민이 '맛없다'는 결론으로 직행하는 순환 고리를 만든다.
학교 급식에는 '요리사'라 부를 만한 기술이 하나도 없었다. 오직 '재료를 잘게 부수는 물리 법칙'과 '조미료 농도 조절' 두 가지 기술만 존재했다. 특히 김치찌개는 김치가 김치인지, 간장인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갈색 액체와 부스러기 고기 덩어리의 조화였다. 우리는 그걸 '맛있는 김치찌개'라고 착각하며, 사실은 '간장 베이스의 물에 고기 찌개'를 먹고 자랐으니, 지금의 우리가 소금에 절인 고기 국물에 더 익숙한 건 역설적인 일이다.
그런데 참 묘한 게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우리는 갑자기 '음식'을 '문화'로 인식하게 되는 듯했다. 그때부터는 '이거 뭐야?'라고 묻는 게 아니라, '이거 몇 등급의 와인으로 곁들이면 좋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의 우리는 '맛'을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힘'으로만 인식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맛'을 '삶의 질'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는 '진짜 맛'이라는 무엇인가를 놓쳤는지, 가끔은 학교 급식 때의 그 '금세리'를 그리워하는 우스운 일도 있다.
결국 학교 급식은 우리 인생의 첫 번째 '요리 실패담'이자, 동시에 가장 순수한 '식재료 드립'이었다. 그 시절 우리는 맛을 못 알아챌 정도로 순수했고, 지금 우리는 맛을 너무 많이 알아챌 정도로 세련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때로는 학교 급식 때의 그 맛을 기억하며,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를 때 '이거 먹고 살았으니까 이건 안 먹어도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건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인생의 맛에 대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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