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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러에서 빵집사장으로, 퇴근후 멍때림의 끝
🇰🇷 동네빵집사장2시간 전조회 160댓글 4
저는 좀 다른 케이스인 게, 지금은 빵집 사장이지만 2년 전까지는 야근의 달인이었거든요. 회사 다닐 때 퇴근하면 진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씻고 나면 10시고, 유튜브 틀어놓고 멍 때리다 자고, 다음 날 또 출근하고. 그게 루틴이라면 루틴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하루를 버린 거죠. 근데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요. 체력이 바닥이니까 뭘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안 나요. 퇴근하고 소파에 눕는 순간 오늘 하루가 끝나는 거예요.
그래도 나중에 좀 바뀐 게, 퇴근하고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 사서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걸 시작하면서였어요. 거창한 게 아니라 진짜 그냥 앉아 있는 거예요. 이어폰 꽂고 아무 노래나 틀어놓고 바람 쐬면서 맥주 한 캔. 15분이면 끝나는 건데 그게 은근히 하루를 리셋해주더라고요. 집에 바로 들어가면 회사 생각이 이불까지 따라오는데, 중간에 그 15분을 끼워 넣으니까 머리가 좀 풀려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게 없으면 또 허전하고.
지금은 빵집 하면서 새벽에 일어나고 오후에 끝나니까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가끔 회사 다니는 단골분들이 저녁에 빵 사러 오시면서 "오늘도 야근이었어요" 하시는 거 보면 그때 제 모습이 겹쳐요. 그분들한테 제가 뭐 대단한 조언을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한 가지 확실한 건 퇴근 후에 뭔가 대단한 걸 하려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라는 거예요. 운동 가야지, 책 읽어야지, 자기계발 해야지 이러면 퇴근 후 시간마저 숙제가 돼버려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자기한테 허락해주는 것도 루틴이에요.
요즘은 빵집 마감하고 나면 동네 목욕탕을 가요. 평일 낮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탕에 몸 담그고 있으면 반죽하느라 뻣뻣해진 어깨가 좀 풀려요. 거기서 만난 동네 어르신들이랑 별 얘기 아닌 얘기 나누는 것도 좋고요. 회사 다닐 때는 사람 만나는 게 피곤했는데 지금은 그런 가벼운 수다가 오히려 위로가 되더라고요. 결국 퇴근 후 루틴이라는 게 거창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캔맥주 한 캔이든, 목욕탕이든, 좋아하는 드라마 한 편이든. 내가 고른 시간이라는 게 중요한 거지, 뭘 하느냐는 사실 별로 안 중요해요. 회사에서는 남이 시킨 일을 하잖아요. 퇴근 후만큼은 내가 고른 걸 하는 거, 그게 소확행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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