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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산책길 벚꽃에 멍때리는 4월의 기분

🇰🇷 이직고민중1시간 전조회 123댓글 2
오늘 점심에 밥 먹고 회사 근처 천변을 걸었는데 벚꽃이 피어 있더라. 아 벌써 4월이구나 싶었어. 작년엔 이맘때 뭐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올해는 유독 눈에 들어오네. 요즘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가 봐. 이직할까 말까 반년째 같은 생각만 빙빙 돌리고 있으니까. 점심시간에라도 좀 걸어야 머리가 환기되는 느낌이야. 근데 혼자 걸으니까 오히려 좋더라. 같이 갈 사람 없어서가 아니라 진짜로. 꽃 보면서 아무 말도 안 해도 되고, 걸음 빠르기도 내 맘대로고. 벤치에 앉아서 캔커피 하나 마시는데 그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 영업하면서 하루 종일 사람 만나고 전화 받고 하다 보면 조용한 시간이 진짜 귀해지거든. 벚꽃잎 떨어지는 거 멍하니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나서 좋아. 평소엔 이력서 고칠까 말까, 면접은 언제 보나, 지금 연차 버리면 아깝나, 이런 생각뿐인데 그 시간만큼은 그냥 비어 있달까. 퇴근하고 다시 한 번 갔어. 저녁때 보는 벚꽃은 또 느낌이 다르더라. 가로등 불빛에 꽃잎이 좀 노르스름하게 보이는데 낮이랑은 완전 다른 분위기야. 사람도 별로 없고. 내년 이맘때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같은 회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근데 어디에 있든 4월엔 또 이렇게 혼자 걸을 것 같아. 벚꽃은 매년 피니까. 그때도 캔커피 하나 들고 천천히 걸어야지. 별거 아닌 하루였는데 나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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