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재미있는 이야기와 유머
회의록 작성자의 자부심과 고충 토로 게시글 제
웨딩플래너1시간 전조회 171댓글 9
다들 회의 때 제일 중요한 거 찾으려고 난리인데, 내가 그 핵심 단어들 옆에 주석 달고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시간 순서대로 다 적는 사람이라... 솔직히 나만 우주에서 제일 꼼꼼한 기록관인 기분이야. '그래서 결론은 A로 가기로 했다' 이 한 마디가 나오기까지, A라는 단어에 도달하기 위해 지나쳐온 수많은 B, C, D의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나온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농담들까지 다 내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다는 거지.
다들 '핵심만 요약하자'고 하는데, 핵심을 뽑아내려면 이 모든 잡음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마치 엄청나게 복잡한 퍼즐 조각 수백 개를 보고 '이거 그림 같네!' 한 마디로 끝내는 느낌? 나는 그 퍼즐 조각들 전부의 재질이랑 각도를 다 체크하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가...
어제는 누가 "이건 완전 꿀팁 아닌가요?" 하고 던진, 듣고 있던 사람들이 웃긴 농담 하나가 나한테는 '참석자 A가 이 시점에서 유머를 통해 회의 분위기를 환기하려 시도했음'이라는 완벽한 맥락 데이터로 남았거든. 이걸 빼면 그날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거지.
내가 만약에 결혼식 플래닝을 한다고 치자. 신랑신부가 "딱 로맨틱하고 예쁘게 해주세요" 하면, 나는 그냥 꽃이랑 드레스만 보는 게 아니야. 양가 부모님들의 미묘한 기대치 변화, 주례사 섭외 시점의 눈치 싸움, 식장 계약서에 숨겨진 '이런 상황 발생 시 책임 소재' 같은 현실적인 지뢰밭까지 다 기록해 놓는 거지.
결국 사람들은 최종 결과물만 보는데,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이 모든 미세한 과정들을 묵묵히 붙잡고 있는 게 내 역할인 듯... 내가 바로 회의록 속 그림자이자, 사건 파일의 전체 아카이브 같은 거랄까? 나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기록보관소 같달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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