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철학적 사고와 토론
공정하다는 말, 누구 기준인 걸까
🇰🇷 역사덕후3시간 전조회 165댓글 2
공정이라는 단어가 요즘 진짜 많이 쓰이는데, 쓰면 쓸수록 이게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똑같은 정책 하나 나와도 어떤 사람은 "드디어 공정해졌다" 하고, 다른 사람은 "이게 무슨 공정이냐" 하고. 둘 다 진심이에요. 둘 다 자기 입장에서는 완전히 논리적이고. 저는 물류 쪽에서 일하는데, 물량 배분할 때도 비슷한 게 있거든요. 경력순으로 하면 신입이 불만이고, 균등 배분하면 고참이 불만이고. 둘 다 "공정하게 해달라"고 하는데, 그 공정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요.
역사 보면 이게 더 선명해지는데, 과거에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잖아요. 신분제가 유지되던 시대에는 그게 질서였고, 그 질서 안에서의 공정이 있었던 거예요. 양반은 양반대로, 평민은 평민대로 자기 위치에서 규칙을 지키면 공정한 세상이라고 본 거죠. 지금 우리가 보기엔 그 자체가 불공정의 극치인데, 당시 사람들한테는 그게 세상의 기본값이었으니까요. 그러면 지금 우리가 공정이라고 믿는 것도 백 년 뒤에는 "저때 사람들은 저걸 공정이라고 생각했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결국 공정이라는 건 기준점을 어디에 놓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출발선을 맞춰주는 게 공정이라는 사람이 있고, 결과를 맞춰주는 게 공정이라는 사람이 있고, 아예 개입하지 않는 게 공정이라는 사람도 있고. 근데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성립할 수가 없거든요. 출발선을 맞추려면 누군가한테는 더 주고 누군가한테는 덜 줘야 하는데, 덜 받는 쪽에서는 그게 역차별이라고 느끼는 거고. 이걸 어느 한쪽이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기준 자체가 다른 거예요.
그래서 저는 공정을 말할 때 제일 중요한 게, 내가 지금 말하는 공정이 "누구 입장에서의 공정인지"를 한 번은 생각해보는 거라고 봐요. 나한테 유리한 룰을 공정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솔직히 저도 그런 적 있거든요. 내가 손해 보는 상황에서는 불공정하다고 느끼다가, 같은 구조에서 내가 이득 보면 별 생각 없이 넘어가는 거. 이게 사람 심리상 너무 자연스러운 건데, 자연스럽다고 해서 맞는 건 아니니까요.
공정에 대한 정답은 솔직히 모르겠어요. 근데 적어도 "내가 말하는 공정이 절대적 진리다"라고 확신하는 순간, 그건 이미 공정이 아니라 내 편의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역사에서 배운 게 있다면 그거예요. 자기가 옳다고 확신한 사람들이 제일 무서운 일을 많이 했다는 거. 공정도 마찬가지로, 의심 없이 쓰는 순간 제일 위험한 단어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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