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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열면 끝나는 통장잔고
🇰🇷 삼겹살은진리2시간 전조회 49댓글 2
배달앱 켜면 시작되는 거임. 일단 족발 반반 눌러. 32,000원. 아 근데 최소주문 15,000원인데 이왕 시키는 거 막국수도 추가하자. 39,000원. 음 여기까지 온 거 음료수도 하나. 41,500원.
잠깐.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아까 배고파서 앱 켠 건데 어느새 4만원을 넘기고 있음. 석사 2년차 월급이 얼만데. 손이 떨려서 일단 족발을 빼봄. 그러면 막국수만 남는데 막국수 하나 배달시키는 건 또 좀 그렇잖아. 그래서 다시 족발을 넣음. 넣고 빼고 넣고 빼고. 이게 한 15분째임.
그러다 배달비 확인하는 순간이 진짜 고비임. 배달비 4,000원. 합계 45,500원.
뇌가 갑자기 맑아짐. 아 내가 미쳤지.
냉장고 열어봄. 라면 두 개 있음. 계란도 있음. 파김치도 있음. 이거면 되는 거 아닌가.
결국 라면 끓이면서 장바구니는 안 비움. 왜냐면 다음에 시킬 수도 있으니까. 이게 핵심임. 절대 안 비움. 그 장바구니가 나한테는 일종의 희망임. 언젠간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 마치 위시리스트 같은 거.
근데 신기한 게 다음날 다시 앱 켜면 어제 담아둔 거 안 시키고 또 새로 담기 시작함.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취향이 다르거든. 그래서 또 3만원 넘기고 또 고민하고 또 라면 끓임.
이번 달만 이 사이클 한 열두 번째인 것 같음.
그래도 라면에 계란 넣으면 족발 안 부럽다고 스스로를 세뇌하는 중임. 근데 계란 터뜨리다가 노른자 다 풀어져버리면 그때 좀 서러움. 아 이것도 안 되나 싶어서.
내일은 진짜 시킨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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