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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밥으로 볶음밥 만들면 생기는 일
🇰🇷 삼겹살은진리2시간 전조회 33댓글 6
라면은 끓일 줄 아니까 요리도 되겠지 싶었던 게 화근이었다.
자취 시작하고 첫 도전이 계란볶음밥이었는데. 유튜브 보니까 찬밥에 계란 섞어서 볶으면 된다길래 그대로 했거든. 근데 밥이 찬밥이 아니라 냉동밥이었음. 전자레인지 돌리는 게 귀찮아서 그냥 넣었더니 프라이팬 위에서 얼음밥이 계란옷 입고 지글지글 거리는 기괴한 물체가 탄생함. 겉은 스크램블 속은 빙수. 먹긴 먹었다.
그 다음에 자신감이 좀 붙어서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레시피에 '김치를 볶아주세요'라고 돼있길래 기름 두르고 볶았음. 근데 물 넣는 타이밍을 놓쳐서 김치볶음이 됐다. 아 이거 이대로 먹어도 되나 싶어서 물 부었더니 김치볶음도 김치찌개도 아닌 김치수프가 됨. 두부 넣으니까 더 슬퍼지더라.
진짜 하이라이트는 제육볶음인데. 고추장 두 큰술이라고 해서 큰술이 뭔지 몰라서 그냥 숟가락으로 듬뿍 두 번 퍼넣음. 밥숟가락이랑 계량스푼이 다른 거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한 입 먹는데 입안에서 불이 나서 우유 원샷하고 밥 세 공기 먹음. 밑반찬이 아니라 밥도둑도 아니고 밥테러범이었음.
파스타도 해봤는데 면 삶는 건 쉽잖아 물 끓이고 면 넣으면 되니까. 근데 알리오올리오 만든다고 마늘 썰어서 올리브오일에 볶다가 마늘 다 태움. 유튜브에서는 '노릇하게'라고 했는데 내 마늘은 노릇을 건너뛰고 바로 검릇해짐. 그래도 면이랑 섞었는데 탄 마늘 올리브오일 파스타가 완성됨. 맛은... 쓴맛.
요즘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밀키트를 사다 먹는데. 이것도 설명서대로 했는데 맛이 다름. 분명 봉지 뜯어서 순서대로 넣기만 하면 되는 건데 왜 사진이랑 다르게 나오는지 진심 모르겠음. 불 조절의 문제인가. 프라이팬의 문제인가. 나의 문제인가.
연구실 선배가 "야 석사가 실험은 잘하면서 왜 요리는 못하냐"고 하는데 실험은 정량이 정확하잖아 마이크로피펫으로 찍으면 되는데 요리는 '적당히' '취향껏' '한 꼬집'이 너무 많음. 한 꼬집이 몇 그램인데.
결론: 자취 3년차인데 요리 실력은 제자리고 배달앱 등급만 VVIP 찍었다. 삼겹살은 구우면 되니까 그것만 믿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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