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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 회의실은 동면 구역입니다
🇰🇷 상병3시간 전조회 146댓글 4
오후 2시 회의실 들어가는 순간 눈꺼풀이 3kg이 됨. 진짜 물리적으로 무거워짐. 아침엔 분명 사람이었는데 점심 먹고 나면 곰이야 곰. 동면 들어가는 곰.
회의 시작하고 5분까지는 괜찮아. 고개도 끄덕이고 "아 네 맞습니다" 이런 것도 해. 근데 10분 넘어가면 슬슬 목이 앞으로 꺾여. 그걸 다시 세우면 뒤로 넘어가. 내 목이 시계추임.
볼펜으로 허벅지 찌르는 거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거 아냐. 근데 그것도 내성이 생김. 처음엔 "억" 하면서 눈이 떠지는데 세 번째부턴 찔리면서 잔다. 아프면서 자는 게 가능한 걸 그때 알았어.
물 마시는 척 하면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어. 한 회의에 물을 500ml를 세 병을 마셨는데 졸음은 안 깨고 화장실만 급해짐. 졸음이랑 요의를 동시에 참는 새로운 고통이 추가된 거지.
제일 위험한 순간은 눈 감고 고개 끄덕이는 타이밍이야. 상대방은 내가 깊이 공감하면서 듣는 줄 알아. 나는 꿈에서 라면 먹고 있어. 그러다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해요?" 이 한마디에 영혼이 육체로 복귀함.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그때 내가 뭐라 했냐면 "아 그 부분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능 문장이야 이거. 뭘 물어봐도 일단 이거 던지면 3초는 벌 수 있어.
메모하는 척 하면서 버티는 기술도 있어. 노트 펴놓고 펜 잡고 있으면 열심히 하는 사람처럼 보이거든. 근데 나중에 노트 보면 글씨가 지진계야. 정상적으로 쓰다가 갑자기 선이 쭉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고. 내 의식의 흐름이 그대로 기록돼 있어. 이건 뭐 수면다원검사 결과지지.
에어컨 바람이 얼굴에 오는 자리가 명당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그 바람이 오히려 자장가야.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따뜻한 졸음이 오는 이 조합. 이불 속에 누워있는 거랑 똑같아.
결국 내가 찾은 최종 병기는 혀로 입천장 누르기야.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고 은근 정신이 돌아와. 근데 이것도 30분이 한계임. 30분 넘으면 혀도 잔다.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어. 회의 주최하는 사람은 안 졸린 건가. 본인이 말하니까 안 졸린 거지. 나도 내가 말할 때는 안 졸려. 그러니까 결론은 회의 내내 내가 말하면 되는 건데. 그러면 그건 회의가 아니라 독백이잖아.
오늘도 오후 회의 잡혀있다. 점심은 적게 먹어야지 하면서 국밥 말아서 배터지게 먹을 내가 보인다. 내일의 나는 분명 또 시계추가 되어 있을 거야. 매일 지는 싸움인 거 알면서도 매일 점심을 포기 못 하는 게 사람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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