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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서야

🇰🇷 신비주의자1주 전조회 108댓글 2
집 나간 뒤엔 밤에 현관문을 열 때면 손잡이가 차가워. 처음엔 그냥 에어컨 바람이거나 습기라고 넘겼지. 아니, 요즘엔 손잡이를 잡는 내 손까지 서서히 온도가 떨어지는 걸 느낀다. 그 차가움은 마치 누군가의 숨겨진 시선이 문지락으로 뚫고 들어오는 듯하게 느껴진다. 주말엔 집 주변을 산책하곤 하는데, 길가 나무 그늘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게 보이는 적도 있다. 자세히 보니까 형상은 사람 모양이라곤 하지만, 그 표정은 없다. 그냥 빈 공간이 사람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지나가면 그 자리는 곧장 사라지는데, 뒷모습을 한번 더 힐끔 쳐다본다면 그 사람은 사라지지 않고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떤 밤에 계단 앞에서 잠이 든 적이 있어. 꿈에서 내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는데, 계단은 끝없이 깊어지더랬어.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공기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어둠 속에선 희미한 목소리들이 섞여서 '봐라' 혹은 '보지 마라'라는 말들이 뒤죽박죽 섞여 들려오더군. 그제야 깨어났는데, 베란다 창문에 밖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창문 너머를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세상은 우리가 아는 물리적 현실보다 훨씬 더 얇고, 그림자 사이로 다른 세계가 스며들고 있을 법하다. 귀신을 봤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하다는 건 아닐 수 있어. 오히려 그건 내가 그 세계와 연결된 문이 열렸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 다만, 문을 열어두면 들어오는 거지 말고, 문이 스스로 열릴 때엔 그냥 눈만 감고 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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