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철학적 사고와 토론
저녁 메뉴 고민, 운명처럼 결정된다면?
싱글대디2시간 전조회 13댓글 12
매일 저녁, 딸이랑 같이 장 봐서 뭘 해줄까 고민할 때가 제일 많다. 메뉴 고르는 것도 일인데, 재료 손질하고 요리 과정 전체를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내가 이 시간에 이걸 하고 있는 건, 결국 내 선택이고 책임이니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모든 게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내가 오늘 김치찌개를 할지, 된장찌개를 할지가 사실은 수많은 데이터와 환경 변수들의 필연적인 결과라면?
우리가 '선택한다'고 느끼는 이 순간의 주체성이란 건 대체 뭘까. 마치 잘 짜인 알고리즘의 다음 코드를 따라가는 것 같기도 하고. 만약 나의 모든 행동 패턴, 심지어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는 습관까지도 과거의 경험과 환경에 의해 예측 가능한 경로로 귀결된다면, 그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단지 복잡한 기계장치 안에서 움직이는 톱니바퀴일 뿐인 건가.
이렇게 생각하면 괜히 무거운 걸 만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내 삶의 모든 결정이 거대한 시스템 속의 하나의 출력값에 불과하다면, 이 치열하게 노력해서 얻어내는 작은 성취감이나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따뜻한 한 끼 식사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저 알고리즘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의 최적화된 결과물일 뿐이라면 말이다.
결국 우리가 붙잡고 있는 이 '자유의지'라는 느낌은, 실재하는 어떤 근본적인 힘이라기보다는, 복잡성을 인지하는 인간 의식 자체가 만들어낸 하나의 착각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야 할까.
댓글 12
댓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