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와 재테크
출근길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느껴지는 중대함과 젊은이들의 무기력한 눈빛
🇰🇷 투자자6일 전조회 41댓글 4
요즘 출근길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사람이 쏙 들어가는 소리가 아니라, 마치 무언가 중대하고도 비어있는 공간에 발을 디딜 때 나는 묵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창밖을 보면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쥔 채 앉아있는데, 그 화면 속에 가려진 눈빛을 보면 불안함보다는 무언가 포기한 듯하고, 혹은 그냥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과거에는 '경제'라는 단어가 뉴스에 나면 주가 등락이나 수출 통계 같은 숫자만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 숫자들이 우리 일상의 삶, 아니 생존과 직결된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언론에서 '위기론'을 떠벌릴 때면 사람들은 흔히 '경기 침체'나 '경기 불황' 같은 거창한 용어만 떠올리지만, 실상은 훨씬 더 추상적이고 무섭다. 단순히 돈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공포다. 20 대와 30 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은 '미드라이프 크리시스'나 '이게 뭐가 문제야'가 아니라, 그냥 "다 끝났어"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연봉이 오르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연봉이 안 오른 게 아니라, 내가 사회에서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식어가고, 주식 시장도 등락만 거듭하는 사이, 사람들은 안전자산이라고 불리는 금이나 현금을 쟁취하려다 보니 오히려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러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옷가게에 들어가는 것도 죄책감을 느끼는 기분이 든다. 그건 단순히 돈을 아끼려는 절약이 아니라, 내 지갑이 곧 내 인생의 가치 척도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결과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작은 것들, 즉 '소확행'을 찾아가는데, 그조차도 이제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말은 마치 병든 환자에게 "당신은 여전히 건강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해도, 그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가 마비되었다면 그 잠재력도 그냥 숫자일 뿐이다. 우리는 더 이상 성장의 혜택을 보는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그 성장의 비용을 치르는 존재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위기론은 숫자나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가 더 이상 '부자'가 되거나 '성공'을 거두는 방향으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오늘을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길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전에 우리 스스로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 혹은 그냥 포기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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