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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실패담 김치찌개 냄비 바닥 타버려 오늘 저녁은 망했다
🇰🇷 여행자5일 전조회 179댓글 15
요리 도전기는 사실 그냥 음식 만드는 것보다 실패하는 과정이 더 재밌는 게 아닐까 싶다. 요즈음에는 레시피 하나만 보고도 거의 기계처럼 작동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 처음부터 손이 안 들어가는 게 오히려 솔직한 내 실력 아닐까 싶다.
어제 저녁에 시도해 본 김치찌개부터가 참이었다. 김치 양을 조금만 과신했을 뿐인데, 냄비 바닥까지 타버린 걸 보면 내가 정말로 '찌개'를 만들 줄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소금을 넣을 때마다 손이 떨리고, 불 조절을 하려다 가스레인지 버튼을 뚱뚱하게 누르고 만다. 결국 식탁에 놓인 그 불타버린 김치찌개를 볼 때면, '내가 왜 이 일을 했나' 싶을 정도로 후회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그렇게 맛없을 것만도 하지 않은 김치찌개를 먹을 가족들이 그걸 두고 '아, 오늘 날씨가 추우니까 따뜻한 게 최고야'라고 하길래, 내가 실수한 건 맛을 못 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너무 예민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음식은 맛의 문제보다도 그 순간의 분위기나 마음 상태가 중요하단 걸 알았다.
요즘 같은 스트레스 받는 날에는 복잡한 요리보다는 간단한 밥과 반찬으로라도 위로를 주고 싶다. 비빔밥이나 우동 같은 걸로 시작해서 점점 도전 범위를 넓혀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엔 어떤 걸로 도전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건 아니라면, 그냥 맛있는 걸 먹는 것 자체를 즐기자.
요리 도전기는 결국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니까, 오늘도 내가 만든 음식이 망해봤자 내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일 아침에 다시 김치찌개 만들기로 했으니, 이번엔 덜 타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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