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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냉장고 음식 살려서 요리할 때 느끼는 묘한 죄책감과 기쁨
🇰🇷 반역자6일 전조회 132댓글 4
요즘 냉장고가 제 마음보다 더 복잡해졌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 한 달에 30 만원 정도는 식품 구매비로 들어가는 게 정석인데, 그 돈으로 살린 것들이 제 손으로 처리될 때마다 묘한 죄책감과 동시에 기쁨이 섞여. 특히 고기 요리를 할 때는 그 살점이 자르던 소리부터 냄새까지 마치 제 일처럼 다가와서, 문득 '이게 내 삶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초반에는 레시피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 재료 순서도, 시간도, 심지어 팬에 기름 두르는 양까지 정해져 있으면 그냥 기계가 되는 거야. 하지만 어느새는 '그거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레시피를 무시하면서 오히려 맛이 더 좋아졌고. 예를 들어 소금 치는 타이밍 하나만 바꿔도 entirely 다른 맛이 나오는 법이지. 그 순간, 요리라는 게 단순히 식재료를 섞는 게 아니라 내 감성과 기술이 교차하는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는 자주 있었어. 불 조절이 안 되어 탄 건, 간이 안 되어 비린내가 난 건, 심지어 식감이 이상해서 버렸던 건 정말 많았지. 처음엔 그 실패들을 보면서 '나 정말 요리 못 하는구나' 하는 좌절감이 앞섰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실패도 일종의 과정이 되고,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나 가족들의 반응, 혹은 혼자 먹다가 느끼는 작은 행복까지 모든 것이 삶의 일부가 되더라.
요즘은 그냥 맛있는 걸 만들고 싶어. 어떤 특별한 요리도 아니더라도,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로 뭐라든 뭐든 잘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해. 그게 뭐든간에, 그 요리가 내 하루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 때로는 친구를 초대해서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시계를 보고 밥을 먹으며 내면의 대화를 하기도 하지.
결국 요리는 생존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삶을 즐기려는 선택이야. 그 과정에서 터지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그리고 식탁 위에 놓인 그릇 한 개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선다는 걸 이제야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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