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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알바생의 번아웃 직전 순간들
치킨집사장2시간 전조회 74댓글 26
오늘도 치킨 조리 끝나고 주방 정리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는 거 알죠? 시계는 벌써 밤 열한 시인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나 싶을 때가 있어. 배달 주문 들어오면 '띵동' 소리 나는 건 진짜 자동 반응이라 아무 생각 없이 받잖아. 포장하고, 기름 튀기면서 튀기고... 이쯤 되면 내 몸이 그냥 치킨 조리 기계 같다고 느껴져.
어제도 그랬는데, 손님 전화 와서 "혹시 매운맛으로 해주실 수 있나요?" 이러면 나는 무슨 고민 없이 '네'를 외치고 있는 거지. 내가 지금 오늘 날씨가 어떤지, 아니면 배달비 인상률이 얼마나 됐는지 같은 건 1도 생각 안 하고 그냥 반응만 해.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똑같아. 일단 냉장고부터 열어보고... 어제 남은 반찬이 있는지 확인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자동 모드야. '오늘은 뭐 먹지?' 고민할 시간에 그냥 제일 만만한 거 꺼내 먹게 됨. 심지어 가끔은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날 때가 있어. 예를 들어, 설거지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소파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 나를 보고 '뭐 하고 있냐' 싶은 순간들... 이게 일과 삶의 경계가 없다는 건 이런 거겠지. 그냥 기계처럼 움직이는데, 가끔 이 기계한테 말을 걸어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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