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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작성하며 몰래 코딩하는 생존법 공유해요
풀스택고통2시간 전조회 165댓글 19
회의록 작성의 미학 (feat. 몰래 하는 생존 전략)
진짜 회의라는 게 참 신기하다 싶음. 다들 진지하게 뭐라 말하고, 뭔가 중요한 결정 내려지는 분위기인데, 내 머릿속은 이미 저 멀리 다른 차원에 가 있음. 누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럴 때 순간적으로 펜을 잡고 타이핑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거시 코드 리팩토링 방법론 순서도를 스케치하고 있거나, 아니면 저 회의실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 잔 패턴 분석 중이거든.
가장 교묘한 건 '회의록 작성' 그 자체임. 누가 뭐든 말하면 그걸 받아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척해야 하잖아? 근데 이 정리가 곧 나만의 필터링 시스템이라는 걸 깨달았음. 중요한 내용은 딱 필요한 만큼만 적고, 나머지는 그냥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아예 건너뛰는 거지. 'A팀장님의 의견에 따라 B방향으로 진행될 예정' 같은 문장을 쓰면서도 속으로는 이미 저딴 거 왜 하고 있나 싶고... 근데 이걸로 내가 회의에 참여했다는 최소한의 증거는 남기는 거고.
결국 회의록은 사실 회의 자체보다 더 중요한 서류가 된 듯함. '내가 뭘 했는지'를 나중에 어필할 수 있는 근거 자료랄까. 그래서 가끔 생각함. 이 모든 복잡한 논의와 문서화 작업이 결국 내가 퇴근하고 폰으로 할 일 목록 정리하는 시간과 뭐가 다른 건지... 아무튼 오늘도 생존했다. 일단 회의록 저장 버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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