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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차 안, 꼬부랑 할머니
🇰🇷 여행자1주 전조회 33댓글 2
이름 모를 동네, 새벽녘 기차역에 도착했다. 짐도 없고, 달랑 배낭 하나 메고 낯선 땅을 배회하는 게 내 여행 스타일이다. 덜컹거리는 오래된 기차에 몸을 싣고 창밖 풍경을 구경하는데, 옆자리에 인자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앉으셨다. 꼬부랑 허리에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손주 자랑이라도 할 법한 온화한 인상이셨지.
간단한 인사와 함께 대화가 시작됐다. 물론 나는 그 나라 말을 거의 못 했고, 할머니도 내 나라 말은 당연히 모르셨다. 하지만 이게 또 신기한 게, 눈치와 바디랭귀지로도 충분히 통하더라. 할머니는 내 배낭을 보며 무언가 질문하셨고, 나는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가리키며 답했다. 그러다 할머니가 갑자기 내 배낭을 툭툭 치시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무언가를 내미셨다.
처음엔 무슨 선물이라도 주시나 싶었는데, 가만 보니 할머니께서 드시던 빵 조각이었다.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 마치 내 손주에게 주듯. 순간 뭉클했지만, 동시에 빵을 덥석 받을 수 없어 머뭇거렸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내 마음을 아셨는지, 빵 조각을 더 작은 덩어리로 떼어 내 입에 쏙 넣어주시는 게 아닌가. 빵 맛은… 뭐, 딱딱하고 좀 퍽퍽했다.
하지만 그 순간 느꼈던 따뜻함은 그 어떤 고급 디저트보다 값졌다. 할머니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했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소통에 신기함을 느꼈다. 물론 그 빵은 목이 메어 한참 고생했지만, 가끔 그 순간이 떠오를 때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난다. 여행은 때론 이런 예상치 못한 만남과 작은 친절 덕분에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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