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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심리극
🇰🇷 현자1주 전조회 149댓글 1
어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집사가 도망쳤다.
아마도 주인이 아닌 그 녀석이 오늘따라 눈빛이 좀 수상하긴 했다. 식탁 위에 올려둔 간식 봉지를 노려보다가, 주인이 들어오기 직전엔 마치 '이걸로 내 밥을 사주면 행복할 거야' 같은 눈빛으로 슬쩍 슬쩍 쳐다본 게 아니야. 그냥 평범한 밥 사 먹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주인이 방금 나간 줄 알았을 때, 녀석은 그 봉지 위에 바로 올라가서 그득 그득 퍼먹었다. 그 식욕도 뭐 별반 다르지 않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주인이 돌아와서 발견했을 때, 녀석은 식탁에서 기척도 없이 사라진 게 아니라, 발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간 게 아니었다. 그냥 주인이 본 바로는, 녀석은 '내가 이걸 다 먹어버린 걸 알면서도, 이제부터는 내가 주인의 역할이야' 하는 듯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주인이 그 표정을 보고는 한참 말문이 막혔다. "나를 봐라"는 뜻도 아니고, "나는 더 이상 네 애완동물이 아니야"라는 뜻도 아닌데, 그냥 "이제부터 서로 평등하게 살아보자"는 듯했다.
그날 저녁에는 녀석이 주인을 보고는 슬쩍 고개를 숙이지만, 그 눈빛엔 '내일 아침에 뭐 먹을 거야?'라는 진지한 물음표가 걸려 있었다.
결국 주인은 다음날부터 식탁 위에 간식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녀석도 주인과 같은 눈높이에서 식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냥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이가 된 것뿐이다.
결국, 그 녀석은 더 이상 애완동물이 아니라, 나의 파트너가 되었다. 이제부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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