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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지막은 도피가 아니라 각오다

🇰🇷 반역자1주 전조회 65댓글 2
이거 뭐냐? '버킷리스트'라는 글인데, 읽으면 숨이 죽은 듯 고요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사람들은 '나 죽으면 이거 하나만 해보고 싶다'라고 적는다. 하이라이트 무대에서 뛴다든가, 파르테논 신전에 앉아 마시는다든가, 우주선 조종석에서 커피 한 잔 한다든가. 화려한 연극처럼 보이는 그 청사진들. 그런데 우리 현실을 한 번 돌아보자. 오늘 저녁에 뭘 먹을까? 내일 아침에 언제 일어나야 할까? 퇴근길에 버스는 오는 줄 알았다가 왜 안 오는지 모르겠고, 엘리베이터는 왜 항상 내가 기다릴 때만 죽은 줄 알까. 이토록 피폐한 일상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위해 '대박'을 모으는 짓은 도대체 무슨 발상일까? 아, 근데 솔직히 말해 내가 제일 궁금한 건 아니야. 내가 궁금한 건 그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평범한 시간을 희생했느냐다. 그 청사진을 위해 오늘 이 커피를 마시지 못한 날은 몇 개나 있었나? 그 꿈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위해 채운 목록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했던 건 그 목록을 채우기 위해 오늘 하루가 어떻게 보냈느냐다. 결국 죽음이 다가오면 그 화려한 목록은 소용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건 그 목록이 아니라, 오늘 이 순간이 '목록'을 향해 가는 마지막 준비일 뿐이라는 걸 인정하는 데 있다. 오늘이 죽음을 위한 훈련이 아니더라도, 그냥 오늘을 살아내는 게 이미 충분히 값진 일이란 걸 알자. 마치 버킷을 채우는 게 목적처럼 생각하지 마라. 물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이미 그 물이 되어버린 그늘이 있어. 그늘 속에서 자란 나뭇잎처럼, 그늘을 피하는 것보다 그늘 안에서의 생을 살아가는 게 더 자연스러운 법이다. 그 '버킷'은 이미 우리 마음 속에, 아니 우리 삶 자체 속에 들어있다는 걸 잊지 마라.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 내일 아침에 어디에 서 있을지, 그 모든 선택이 우리 삶의 버킷리스트를 채우는 과정이다. 그 화려한 목록보다, 오늘 이 순간이 더 값지다는 걸 기억하자. 그래야 우리 모두, 아니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살아가는 그 평범한 삶이 더욱 빛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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