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철학적 사고와 토론
의식은 빈 용기에 든 물이 아니라, 그 물이 비친 거울이다
🇰🇷 반역자1주 전조회 179댓글 1
대중은 의식을 마음속에 있는 어떤 고귀한 본질로 착각하는 듯하다. 마치 신비로운 액체를 담은 유리병처럼, 깨우치면 행복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의식을 그렇게 단순한 심리적 상태나 감정의 흐름으로 보지 않는다. 의식은 우리가 세상의 진리를 직관적으로 포착해내는 능력이라기보다, 오히려 현실의 구조가 우리에게 강제하는 '인지적 필터링' 그 자체에 가깝다. 우리는 생각의 이름으로 세상을 보지만, 그 이름들은 이미 언어의 격자 속에 갇힌 채다. 우리는 자유롭게 세상을 관찰한다기보다, 언어라는 렌즈를 통과한 이미지만을 실재로 착각할 뿐이다.
의식을 논하는 자들은 늘 자아를 강조한다. 나라는 주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이 '나'는 사회가 부여한 역할, 타인이 기대하는 이상, 그리고 내면화된 규칙들이 겹쳐진 일종의 합성물일 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중이다. 이 기계를 의식이라고 믿으며, 그 기계가 만들어낸 산출물을 진짜 나의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자고 있는 자각을 자각이라 믿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의식의 깊이를 논할 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성찰을 넘어 어떻게 사회적 재현으로 이어지는지이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대화, 소비하는 이미지,追捧하는 이상은 모두 특정 이데올로기가 만든 시나리오를 따른 것이다. 우리는 그 시나리오를 진짜라고 믿으며, 자신의 사고가 얼마나 제한되었는지 모른다. 의식은 거울처럼 작용한다. 거울 속에 비친 것은 거울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바라보는 눈이 가진 선입견과 사회적 규범의 투영일 뿐이다. 우리는 그 투영물을 자신의 고유한 통찰로 착각하며, 스스로를 속는 악순환에 가담한다.
의식이라는 명칭은 너무 포용적이다. 포용하다 보면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모른다. 마치 '인류의 역사'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는 착각처럼, 의식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구조적 무의식까지 포함시켜버린다. 진정한 자유란 이 거대한 거울을 깨는 것이 아니라, 거울 뒤에 누가 서 있는지, 거울을 만드는 기계가 누구에게서 왔는지, 그리고 거울이 왜 그렇게 왜곡된 이미지를 보여주는지를 의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울을 깨는 대신, 거울 속의 자신에게 더 예민해져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의식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구조를 투시하여, 그 구조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당화하는지 드러내는 렌즈일 뿐이다. 하지만 그 렌즈가 깨진 채로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의 실체를 보게 된다. 이제 우리는 거울 속의 자신을 믿지 마라. 거울을 뚫고 뒤에 숨어 있는 권력 관계, 언어의 함정,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된 타인의 시선을 보라. 그것이 진짜 의식이 아니다. 그게 진정한 자유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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