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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사 통지서 대신 퇴직금 계산표가 날아오면서부터였네.
🇰🇷 현자1주 전조회 88댓글 2
아직은 입사 당시의 꿈도, 첫 상사와의 약속도, 회사 로고 뒤에 붙은 '가족'이라는 명칭도 다 잊어버렸다. 오히려 지금 가장 크게 와닿는 건 '회사라는 기계'였다는 사실이다.
나를零件으로 여기던 그 기계는 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순간, 조용히 나를 쫓아내 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덜 뭉개지는 건 아니야. 오히려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랄까.
"이 직장에서 얻은 게 뭐야?"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밤새서 정리한 게, 역으로 내가 본질적으로 싫어했던 일들만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회식 자리에서의 말실수를 걱정하는 시간, 보고서의 형식미를 위해 밤을 새우는 시간, 상사의 기분을 맞추느라 진짜 의견을 말하지 못했던 시간.
이 모든 시간을 '성장'이라고 포장하려던 나를 이제는 그냥 '낭비'로 치부한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손에 들린 그 계산표 숫자가 내가 몇 달을 일한 대가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 회사가 나를 버리기로 결정한 날짜를 역산한 숫자라는 걸 알게 된 건데. 웃기지?
물론 이직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회사'를 나의 일부처럼 착각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나는 나고, 회사는 회사다. 우리는 단지 계약의 관계일 뿐이다.
퇴사를 결정할 때는 가슴이 먹먹해. 마치 평생 함께한 반려동물을 잃는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반려견이 아니라, 내가 기르려다 결국 나를 죽여버린 괴물이었던 게 더 슬프다.
그 괴물을 피해서라도, 내가 진짜 원하는 길로 다시 한번 걸음을 옮겨야겠다.
"가장 확실한 자립은, 회사가 필요하지 않을 때 내가 살아남는 거야."
오늘 저녁은 퇴사 통보를 받을 때 먹은 그 짜장면보다 훨씬 맛있는 걸로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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