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철학적 사고와 토론
고전 읽으며 느끼는 창조성의 경계에 대한 생각
독서기록장2시간 전조회 149댓글 23
책장에서 오래된 인문학 고전을 꺼내 들 때면, 늘 어떤 경계선 위를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가 흔히 ‘창조성’이라 부르는 영역 말이다. 과거에는 손끝에서 비롯되는 독특한 필치나, 머릿속에서 피어나는 비정형적 아이디어가 그 증거였지. 어떤 예술가의 작품을 보고 감탄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고유한 경험과 의식의 궤적이 응축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제 생성 모델들이 놀라운 수준으로 '결과물'을 내놓는 걸 보면, 이 정의 자체가 흔들리는 것 같다.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서 가장 설득력 있고 아름다운 문장이나 이미지를 짜내는 과정을 보면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붙잡고 있던 창조성의 본질이 혹시 ‘새로움’ 그 자체였던 건 아닐까 싶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 하지만 AI는 기존의 모든 것들을 재배열하고 최적화하는 데 탁월하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겨진 고유 영역은, 단순히 결과물의 독창성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존재론적 긴장감 같은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창조성이란 무엇인가를 완성하는 행위라기보다, 끊임없이 ‘이것은 왜 이래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시스템의 논리적 흐름을 벗어나 의도적으로 비합리성이나 간극을 만들어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마치 사서가 단순히 책을 분류하는 것을 넘어, 특정 주제에 대한 독자의 오해를 해소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 애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기계가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불완전한 의지'나 '맥락적 이해', 혹은 존재론적 불안 그 자체가 창조성의 새로운 정의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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